쿼 바디스? 아이폰

감기로 밤잠을 설치던 새벽이었다. 닛케이를 읽고 있었는데, 애플이 자국 내 액정 제조사에 금 분기 아이폰용 액정 발주량을 1/2로 줄였다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 기사가 뜨고 나서 몇 시간 후 전 세계는 아니나 다를까 뒤집어졌다.

갑자기 나온 쇼킹한 수치에 대해서 사람들은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하나같이 애플의 시대가 끝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입모아 말하기 시작했다. 퍼즐맞추기와 실꿰기가 시작됐다. 이제까지 하나하나 부서져서 흩어져 있었던 파편들이 드디어 하나의 상을 이루는 듯 하다. “애플 시대의 황혼”

나는 재 작년 부터 삼성의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같이 구매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가령 사진을 삭제하는 방법은 아직도 헛갈릴 정도였으며, 자이로센서를 이용한 모션 줌과 페이지 전환은 거의 쓸모가 없어서 전화기를 바꿀 때까지 꺼놓고 썼다. 왜 만들었나? 라고 혹평을 했을 정도였다. 헌데 갤럭시 S3에서는 상당히 정리가 되어서 종류도 늘어서 쓸만한 종류도 늘었고 선택적으로 기능을 고를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모션 줌이나 페이지 전환도 인식 정확도가 꽤 높아졌다. 놀랄 정도였다. 그 뿐 아니다. 전화기를 보고 있을 동안 화면이 꺼지지 않는 기능이나 중간에 추가된 기능인 전화기를 보는 동안에는 화면이 자동으로 로테이트 락이 걸리는(가령 화면을 주시한 채로 누우면 화면이 자이로센서가 록이 걸려서 가로로 돌아가지 않는다) 스마트 로테이트 기능 등은 감탄하게 되었다. 또한 동영상 목록에서 섬네일이 움직이면서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 되었다던가, 일련의 기능의 혁신의 지속을 느끼고 있다.

안쪽의 내용 뿐 아니라 보다 알기 쉬운 내용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폼 팩터의 변화이다.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 패블릿(phablet)이라고 불리우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유명하다. 갤럭시 시리즈로 촉발된 이른바 디스플레이의 ‘사이즈 인플레’는 호불호는 있으나 참신한 시도라고 할 만 하다. 그 과정에서 나온 갤럭시 노트 같은 결과로 ‘혁신’을 낳기도 했다.

한편으로 아이폰의 경우에는 어떤가, 아이폰이 2007년이 나온지 올해로 6년이 된다. 아이폰은 변함이 없고 여전히 융통성이 없다. 그런 까닭에 (여전히) 쉽고 단순해서 배우기도 쉽다. 가령 아까전에 무언가를 삭제할 때 헤맸다고 했는데 iOS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일용품처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름길도 없고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와이파이를 한번 켜고 끄거나 웹브라우저 캐시를 삭제하거나 … 애플은 이러한 iOS를 조금씩 수선해서(알림 센터라던가 작업 바라던가, 폴더라던가)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폼팩터는 거의 불변했고 이제 딱 한번 변했을 뿐인데, 그러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변화하는 삼성이나 여타 회사에 비해 단조롭고, 폼팩터의 변화 시도가 정체에 따른 상대적인 혁신 정체감이 느껴진다. 그게 그거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악세사리업은 매우 흥하지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개발하기 용이하고 그로 인해 앱의 질이 높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아이폰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쉬운 UI와 앱의 질, 개발 편의성은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럼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가? OS 자체의 재검토를 해야할 것이다. UI의 수선이 우선이다. 동적인 아이콘이라던지, 알림센터를 수선해서 위젯기능을 일부 흡수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 또 단조로운 디자인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루머대로 컬러나 디자인의 바리에이션을 주는 것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애플은 적극적으로 부인했지만 아이패드 미니와 마찬가지로 ‘3.5″ 아이폰 미니’와 같이 염가판 아이폰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 본다. 개도국을 비롯한 스마트폰 인구 확대를 생각해 보면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결코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컵에 물이 반만 남았다. 물이 반 밖에 없네, 라고 할 수도 있네, 라고 할 수도 있고 물이 반 씩이나 있네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현재 상황은 다시 말해서 애플이 잘못했네, 라고 라고 볼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삼성(또는 그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진영)이 매우 잘했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삼성에 대한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뭐가 어찌됐던 애플의 실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좀 더 힘을 내야 할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