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나 맥북 리뷰를 쓰고 나서 (후기)

리뷰를 쓰고 나서…

리뷰를 쓰겠다고 나선것은 언제였을까. 사실 애플코리아에서 블로그를 보고 한번 얼굴을 보자고, 연락이 온 것은 지난 달 30일이고, 신제품인데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기기를 대여받은 것은 5일인데 정말로(담당자 강조) 글을 쓸 필요 없었고, 특히(담당자 강조) 좋은 글을 써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냥 가지고 놀다가 갖다 주어도 하등 지장이 없는 뭐 그런 거래조건이었다. 딱딱한 ‘어른의’ 내용의 계약이 팩스로 오가긴 했는데 물건은 언제 빌려서 언제 돌려주기로 한다 망가지면 변상한다 그런 내용…  그래도 아무래도 기기를 빌려왔는데 감상문 하나는 쓰는건 방학을 맞이한 학생이 방학 숙제로 작문 하나는 해야하는 것같은 왠지 모를 의무감에, 그러잖아도 이런 저런 문제로 담당자에게 메일이나 전화통을 잡고 물어보고, 철저히 1:1로 프라이빗하게 빚을 진 점(이라고 해봐야 신세를 졌다지만)도 있고(쉽게 말해 ‘봉’잡았다? 그만큼 애플의 폐쇄적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프렌들리한 사람들이었다)… 대여기간을 저쪽에서 임의로 2주를 할당했는데 조금 더 줄 수 없냐 하니 2주를 더 주었는데, 기기가 잠시 문제가 생겨 돌려주었는데, 셋팅 다시하는 시간을 포함하니 개천절 휴일이 끼어서 기기 대여기간이 한달을 넘게 되어서… 정말 아무리 대가가 없이 선의로 빌려주고 빌리기만 했다하더라도 정말 방학숙제라도 해야할 판이 되었다.

해서 맘에 있는대로 그냥 하나 작성해야겠지 싶어서 13일부터 Pages를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웹브라우저를 열고 워드프레스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서 글을 쓰는데 아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대강 그간 사용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나는 대로 뼈대를 적기 시작했고, 틀이 잡히고 나서 ‘아, 이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다루면 좋겠는데 내가 시험을 안했구먼’ 내지는 ‘대충 넘어갔구먼’ 싶은 부분을 보충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항을 추가적으로 검증하는 식으로 해서 추가로 검증하고, 그 부분을 검증하고 적어 내려갔다. 뭐 여러가지가 있어서 뭘 빼놓고 뭘 검증했는지를 여기에 적는것은 힘들고(차라리 하나의 완성과정이 그런식의 검증프로세스로 이뤄졌다고 생각해주시길)…

이 검증 프로세스 중에서 언급해둘만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잔상현상(Image Retention)이었다. 내가 애플에서 대여하여 레티나 맥북 리뷰를 쓰고 있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신 일부 분께서 일각에서 알려지고 있는 이미지 잔상 현상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당연히 이게 사실이면 리뷰에서 언급이 되어야 한다. 실기로 같은 창을 10분, 30분 정도 띄워놓고 회색 혹은 흰색창을 띄우는 두차례의 시험을 해봤을때는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리뷰에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언급하지 않았다. 리뷰를 업로드하고 나서 특히 나중에 팔로워 중 한분이 알려주신 Marco Arment의 잔상 테스트를 해봤지만 역시 문제가 없었다. 만약 일어났다면 리뷰를 뒤집어 엎어야 할 일대사가 일어날 판이었다. 허나 문제는 없었고 따라서 리뷰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분에게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하자, ‘그나마 다행이네요’라고 하시기에 ‘네 다행이네요, 기계는 제것이 아니지만, 리뷰를 뒤집지 않아도 되서’ 라고 말했다. 아무튼 이 일은 리뷰 본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일어난다는 설이 있어서 확인해봤는데 내 기계에서는 안나타다더라 여하튼 일어난다는 설이 있다더라”는 장단점을 논하는 공간에서 공간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라는 것을 알아 두시길 바란다. (금후, 문제가 발생 한다면, 혹시 그것이 만약 내 기계던 임대한 기계던, 별도의 글에서 다루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글은 내가 처음으로 구입이 아니라 대여를 하고 나서 작성한 것이다. 이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어떤 면에서(특히 단순 팬으로써 애플이 아니라 제품을 무상 대여해준 측으로써의 애플) 치우치거나 하지는 않은지 검증하기 위해서 일단 약 사흘 정도 걸려서 초안을 작성해가면서 그동안 이틀 정도 주위의 여러 사용자 분들에게 초안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구했다. 느낌은 어떤가,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등등… (이 자리를 빌어서 그 과정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이틀을 걸려서 수정을 하고 나서 탈진할 무렵 ‘아, 이제 이쯤 그만 하자!’ 싶을 때 탈고했다.

이상으로 여러가지 감상과, 고민과 고찰과 수정을 거듭한 리뷰는 내 손을 떠났다. 화려한 반응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모든게 끝났다. 그리고 애플측 담당자에 주말에 위의 잔상 문제로 메일을 보내며 “작성 중이니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작성을 완료하고 아침에 잔상 문제의 반응을 들을 겸, 전화를 하면서 ‘아, 이메일에 썼던 리뷰 오늘 아침에 올렸습니다. 꽤 열심히 썼으니 아마 만족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자, “정말로, 그러실 필요 없었는데요, 저희는 자유롭게 그냥 써보시라고 드린건데요.” 라는 말이 들려왔다. 말이라도 고맙다. “아뇨, 뭐 그쪽을 만족스럽게 하자고 쓴 내용은 아니니까요, 예전에도 요구하셨다시피 쓴소리 할건 하고 좋은 소리할건 했으니, 그런 의미에서 만족하실 겁니다.”  뭐. 좋다. 대강의 인사를 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아무튼 ‘방학숙제’는 끝났다. 그렇다면, 남은 대여기간 동안 잘 부탁합니다. 원래 대여기간 대로라면 글을 완성시키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을 듯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렇게 리뷰가 끝나고 나서, 월트 모스버그데이빗 포그의 아이폰 5 리뷰가 올라왔다. 그리고 단 하나의 리뷰를 썼을 뿐인데, 리뷰 보는 눈이 마치 세계의 끝이라도 본 것처럼 달라졌다. 수 일에 걸쳐 써보고 솔직하고 상세한 감상을 적은 월트 모스버그와 거의 보도 자료를 옮긴 듯한 데이비드 포그… 포그의 리뷰가 왜 갑자기 이렇게 질이 똑하고 떨어졌을까? 그가 좋아하는 애플 제품인데… 바빴나? 똑같이 시판 전에 제품과 자료를 받아서 사용해보고 글을 썼을텐데 말이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는 확연했다. 여러모로 이 글을 쓰는 과정과 그 기간(13일부터 18일까지)은 내게 힘들고 정말 글을 끝내고 나서 일부동안은 레티나의 ㄹ과 맥북프로의 ㅁ도 신경쓰기 싫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준 귀중한 체험임은 사실인것 같다.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다. 아앍. 그리고 또 머릴 싸매겠지.


Posted

in

, ,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