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찾아왔다.

맥북프로가 수리완료 되었다. 사실은 현충일 휴일 전에 완성되었으나 사정이 있어 병원을 가는 김에 한꺼번에 찾아가지고 오게 되었다.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동안, 그리고 아예 그 컴퓨터가 없는 동안 나는 iPhone과 iPad로 생활을 했다. 사실 Windows 7이 설치된 윈도우 랩탑도 두 대 가지고 있고, 두 대 다 모두 성능이 지금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이며 전부 정상작동하지만 실제로 켜본 횟수는 한두번에 그치는것 같다.

그동안에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고, 트위터를 했고, 페이스북을 했고 인터넷을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컴퓨터를 입고하기 직전의 불안함은 만 여드레 동안의 공백에 기우라는 것이 드러났다. 포스트PC 세상이다… 네트워크에 접속을 하려면 컴퓨터를 켜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된 휴대폰, 태블릿, 셋탑박스와 게임 콘솔이 있다. PC는 더 이상 예전의 위상을 가지지 못한다.

내가 맥북 프로를 받자마자 장문의 포스트를 써재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확실히 글을 쓰기에는 컴퓨터가 편하다. 그래봐야 변하는 사실은 컴퓨터가 가정의 네트워크 중심에서 그저 작업을 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수많은 도구 중 하나로 전락했다는 사실 뿐이다. 작업하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PC가 뭐든 할 수 있게 되자 PC를 지나치게 우상화 시켰다. 결국 생각해보면 PC는 비지캘크로 수 계산을 편리하게 하고, 워드로 글을 편리하게 작성하게 해주는 ‘전자’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타자기나 계산기 같은, 아니 더 심하게 말하면 그냥 공구통의 연장 하나와 같은 것이다.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그 도구를 집어 쓰듯이, 그냥 편하게 앉아서 뒹굴거리는데는 PC보다는 태블릿이 낫더라는 것이다. 반대로 (물론 만든이들은 인정하지 않을테지만) 뭔가 진지하게 만든다면 컴퓨터가 끌릴테고. 그냥 실용적인 연장(공구)의 접근으로 가면 된다.

그러다보니 태블릿과 PC를 합치려고 애쓰는 MS의 노력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이 생겼다. 과연 두개의 다른용도, 다른 성격과 형태의 연장을 합치는게 항상 바람직한 것인가? 왜 그렇게 팀 쿡이 애플의 노선을 강하게 방어하는지 이해가 될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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