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과 민영철도 단상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 약 3년여 만에, 추가 요금을 받기로 했다. 애시당초 개통을 할때 부터 추가 요금을 받기로 씨름을 하다가 개통이 지연된 전력이 있었던(관련기사) 노선인데 이번에 결국 올려받기로 했다. 한국어 위키 백과에 따르면 개통 1년만에 2010년에 예상 승객의 97%를 달성한 드물게 성공한 민자 철도인 지하철 9호선은 그간 교통소외지였던 강서와 강남을 빠르게 잇는 매우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 부터 상상을 좋아하곤 했다.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하기를 좋아했다. 만약 내가 미디어 그룹을 운영한다면? 내지는 내가 철도 회사를 운영한다면? 내지는 학교를 운영한다면? 이란 전제하에 어떻게 운영을 할까? 같은 이런 저런 상상을 했다. 몇 시간, 며칠을 생각해보았고, 그것은 대체로 백일몽과 같은 것이었지만, 나름 진지한 것도 있었고, 몇 가지는 내가 실제로 체험하고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이뤄진 주사위 굴리기였다.

철도를 생각해 보았다. 

개중에서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민영 철도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있었다. 노선은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기존 공영철도(‘코레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경쟁은 어떻게 할지, 뭐 그런건 어쨌건 좋았다. 타산이 맞으려면 요금이 문제였다. 적자가 불가피했다. 그럼 요금을 올려야 했다. 요금을 어떻게 정산할 것인가? 라는 고민이 들었다. 추가 요금을 받아야만 했다.

추가 요금을 받아야만 했다. 어떻게? 

추가 요금을 받기 위한 방법은 이랬다. 우선 우리 역사(驛舍)에서 탑승시에는 기본 요금과 거리요금을 높혀 청구한다(둘 중 하나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노선에서 환승해서 우리 노선을 탑승할 경우에는 환승 시 게이트를 통과한다. 그리고 기본료와 거리환산 요금을 추가로 내고 개찰을 나오거나 다른 노선 환승구를 통해 나온다.

이러기 위한 전제 과제 

이러기 위해서는 전제과제가 필요하다. 첫째로 선불/후불 교통카드 보급율이 높을 수록 유리하다. 특히 종이승차권은 매우 불리하다. 솔직히 말하면 다회용 RF 승차권도 약간 거추장스럽다. 왜냐면 추가요금을 정산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통과할 때 바로 요금이 빠져나가거나 나중에 청구되는 편이 심리적 저항이 덜하다. 만약 종이 승차권을 사용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승차권을 두번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JR에서 우리의 민영철도에 해당하는 사철을 갈아타려면, JR에서 나와서 승차권을 다시 사서 개찰구를 통과해야한다. 그런 불편한 것을 해결한 것이 Suica와 PASMO라는 선후불 IC카드인데 환승의 불편은 여전하지만 개찰구에 카드만 찍으면 표를 다시 살 필요가 없다.

RF 승차권의 혜택 

수년전까지만 해도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객의 노하우는 다양한 승차 수단의 요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지불하느냐였다. 가령 앞서말한 일본의 다양한 노선의 환승이나 유럽국가의 전철에서 트램, 버스의 환승 같은게 예이다. 하지만 이제는 IC 카드의 도입으로 인해 편리하게 접촉 혹은 스와이프(긁기)만 하면 편리하게 지불 및 환승이 처리되어 노하우라는게 필요없게 되었다. 요금 지불에 대한 불감증이 생긴 것이다. 필자가 도쿄에 갔을때도 그냥 Suica에 돈을 채워넣고 JR과 지하철을 필요한 만큼 타고 잔액이 떨어지면 충전만 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거리를 계산해서 요금을 보고 표를 사고, 어떤 노선이냐를 보고 어떤 회사인지를 보아야 했지만 이제는 그냥 삑 하고 찍고 개찰을 통과하기만 하면 됐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지하철 9호선은 전술한 대로 결국 요금인상을 철회하고 수도권 통합 기본운임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3년을 ‘꾹 참아왔다’. 그리고 이렇게 인상을 발표 해버렸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건 정말 당연한 수순이었고, 정말 똑똑한 행동이었으며, 무서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왜 당연한 수순인지 생각해보자, 내 시뮬레이션에서 말했다시피, 적자가 누적된다. 공공철도인 나머지 철도들과는 달리 민자철도는 적자 누적을 견딜 여력도, 이유도 없다. 당연히 요금 인상을 해야한다.

두번째로 왜 똑똑하고 무서운 행동인지 생각해보자, 메트로 9호선 측은 서울시에 양보를 했다. 9호선 개통을 맞이하여, 수도권 광역 전철의 모든 승차권을 RF 승차권으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1회용 승차권 구매시 보조금을 물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교통카드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리고 환승시에 ‘통계 목적’으로 게이트를 통과하게 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익숙하게 게이트를 통과했다. 3년간의 시간이 흘렀다. 특히 강서 지역의 사람들은 3년간 9호선이라는 편리한 노선을 이용해 마음껏 강남을 비롯한 편리한 도심 접근을 누릴 수 있었다.

9호선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버린 사람들

자, 이제 생각해보자. 처음부터 요금을 비싸게 받은 신분당선과 달리 9호선은 처음에는 요금이 같았다. 이제 요금이 올라간다. 사람들은 편리했던 9호선에 너무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있다. 하루 아침에 9호선을 끊기에는 너무 어렵다. 그저 원망을 할 뿐이고 늘어난 교통비에 고통을 호소하며 탄식을 할 뿐이다. 다른 대체수단을 마련할까 싶지만 이미 9호선에 경쟁에서 고사해버린 경쟁수단이 부실하다. 있다고 해도 불편하다. 사람들은 9호선에 오른다. 분명하건데 신분당선보다 9호선의 요금인상은 훨씬 연착륙할 것이다(비록 초기의 반발은 있더라도). 마케팅이나 경영측면에서 훨씬 똑똑한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FTA나 ISD를.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FTA의 역습이라고, 이것이 ISD(투자자 보호 조항)의 본격적 역습이 시작된다고.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게 있다. 중요한 것은 FTA도 아니고 ISD도 아니다. 민영기업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공공재를 점유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가령 의료나 인프라, 전력, 통신, 금융 등등.. 우리가 당연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들이 민영화로 인해 마케팅과 전략적 경영, 합리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로보캅이란 영화를 보면 돈 많이 받고 불만은 많은 경찰의 처우를 낮추어 경찰을 반 식물조직화 시키고 그로 인해서 범죄가 가득한 도시의 치안수요를 대신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을 반쯤 사지에 떠밀어서 사이보그를 만들어서 까지 도시 치안을 담당하게 만들려는 도시 치안 회사인 OCP가 나온다. 사람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경찰들에게는 야유하며, 로보캅에는 환호를 보낸다. 이게 80년대 영화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대처리즘이 절정이던 시기였으니).

결론적으로 우리가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FTA나 ISD가 아니라 민영화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기관이나 출연기관, 공기업 마저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흉내내려고 한다. 정말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