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2G 종료를 두고 생각

우선 한가지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은 지난번에 있었던 주파수 경매의 건이다. 2.1GHz 주파수를 두고 일어났던 주파수 경매는 1조원을 육박하는 거액에 달하게 되었고 KT가 패를 던져버렸다. 당시에 업계에서는 2.1GHz를 얻지 못하는 패자도 곤란하지만 금액이 1조원을 바라보는 지경에 다다른 이상 이미 ‘승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이렇게까지 경매를 방치하게 만들었던 정부를 탓하고 있었다. 결국 그 1조원이 4G 서비스를 위해 사용되는데, 그 1조원이 어디에서 나올까? 도라에몽 주머니?

여하튼, KT가 1조가 넘어가니 그냥 2.1GHz를 포기했던 모양이다. 지난 번에 말했듯이 LTE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대역이 두 군데가 필요하다. 헌데, KT는 900MHz밖에 할당받지 못한 상태이다(SK는 800MHz를 CDMA 1x를 위해 사용하고 LTE용으로 일부 추가 할당받은 상태이고 LG U+가 신규 할당 받았다). 덕분에 1.8GHz를 이용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옆의 일본의 경우 서비스 종료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1~2년 정도의 유예를 두고 충분한 공지를 하고 깔끔하게 종료를 했었다. 물론 KT도 1년인가 훨씬 전부터 가입을 받지 않았었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장비를 내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KT가 가입자에게 충분한 시간 동안 이전을 할 여지를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에가 가장 커다랗다고 생각한다. 번호를 유지한채로 타사로 이전을 한다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 할 수도 있을텐데, 그러한 방법을 주지도 못하고 단지 14일 정도 안에 ‘정리’한다는 것은 너무 하지 않았는가. 생각해본다.

허나 나는 기본적으로 이전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800MHz CDMA 1x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몇년이 지나면(대강 2017년깨라는 보도를 본적이 있는데,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유는 후술), 역시 비슷한 운명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800MHz에서 LTE 대역폭이 LGU+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가입자가 증가할 경우 압박을 받을 것이고 결국 800MHz가 ‘앓는 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LG U+는 1.8GHz에서 기존 CDMA 가입자가 앓는 이가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서, 4G 이후, 그러니까 현재의 3G는 어떻게 할 것이며,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저항이나 지금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방송 그 이후의 기술 표준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전 포스트에서 주파수나 번호는 자원이라고 거론했었는데, 물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갈아엎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에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비효율적으로 전파를 많이 차지하는 아날로그 방송을 유지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이치로 기술의 발전을 포함한 장래의 서비스를 위해서 이전을 꾀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끝까지 아쉬운 것은 KT로써. 조바심이 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급할 수록 서두르라고 했는데, 너무 서두르고, 가뜩이나 속상하고 감정적이 되어버린 사용자들을 달랠 줄 모르는 세심하지 못한 서투른 일처리를 해버렸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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