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사전을 사러 돌아다녀보니

전자사전을 사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우선 생각난게 마트와 가전 양판점인데, 음 일단 생각보다 구색이 많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꽤 다양한 회사 제품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많아야 두세 회사 제품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이 팔리는 것만 갖다 놓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놀란것은 전자사전이 전자사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홈페이지를 돌아다녀봤는데, 내가 보는 페이지가 틀림없이 전자사전 페이지인데, 전자사전 소개가 아니라 무슨 인터넷 강의라던지, 동영상 재생 기능이라던지, 심지어는 웹서핑이나 네이트온(!) 기능까지 있는것을 보고 좀 아연실색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리버에서 이번에 새로나온 D1000은 720P 급의 HD 동영상을 재생한다고 합니다. 물론 액정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냥 재생만 되는 수준이지만 대체… 전자사전이 왜 HD가 필요한건지…  

음, 좀 얘기가 옆으로 새는것 같은데, 저는 전자제품을 살때 될 수 있다면 매뉴얼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매뉴얼을 공개하는 업체는 구매시에 가산점을 주곤 합니다. 물론 매뉴얼에도 없는건 아니지만 카다로그에는 미사여구와 오만 수사가 가득한데 비해서 매뉴얼을 읽어보면 그 제품에 대해서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리버는 애시당초 포기했고(얘네는 고객등록하면 등록한 제품에 한해 매뉴얼을 제공하니까), 샤프전자를 보니 매뉴얼이 약 200페이지에 달하는데 사전에 관한 내용은 1/3정도 나머지는 동영상이나 부가기능에 할애 되어 있더군요.

뭐 매뉴얼의 1/3이 사전이니, 사전 기능이 1/3이야. 이건 아니지만, 솔직히 전자사전이 이렇게 잡다해지는 것은 좀 아니지 싶네요. 사실 넓은 면에서 컬러액정은 실내에서 조도가 낮은때에서 가독성이 좋고, MP3 기능은 어학 파일을 넣어서 듣는다고 치지만, 동영상은 도대체 어디다 써먹는건지 이해가 안될것 같습니다. 물론 되면 좋겠죠. 근데 왠지 뻔히 보인달까… 중고등학생들을 위해서죠. 혹자는 말하더군요. 동영상이나 DMB은 봐야겠고, PMP는 못사달라고 하겠으니 영어공부나 수능공부한다는 핑계로 전자사전 사달라고 한다고.

물론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뭇 대학 새내기때까지는 동영상 돌아가는 딕플에 홀딱 뒤집어져서 용돈을 탈탈 털어서 샀었는데, 배터리가 확확 달고 결정적으로 사전쓰기가 불편해서 결국 카시오 사전을 쓰고 있습니다.

해서, 잘 쓰고 있는데, 왜 전자사전을 알아보고 있냐면, 동생이 사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하는데 적합한 전자사전을 하나 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동영상강의가 필요한것도 아니고 HD 동영상이나 메신저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보거든요. 아무리 컨버전스라고 하지만, 사실 저는 아이폰 나오기 전까지는 MP3따로 휴대폰 따로 썼고(지금도 휴대폰은 따로 들고 다닙니다, 아이폰은 데이터 전용), 폰카도 잘 안쓸 정도로 디버전스(divergence)한 인간인지라…

아무튼, 아무리 시대가 컨버전스를 요구하는 시대라지만, 이렇게 쓰잘때기 없는 기능을 붙여서 가격을 잔뜩 올려서 학생(의 부모들)에게 덤태기 씌우는게 바람직한건가. 싶긴 하네요. 솔직히 동영상 보고 DMB보고 네이트온 하고 딴길로 샐걸 안다면, 저라면 싼 사전만 되는 전자사전을 사줄텐데 말입니다. 잘 모르는 부모님들이 안쓰럽달까나… 하기야 저도 어릴때는 부모님한테 그런식으로 보채보기도 했습니다만… 철이 든걸까요. 헤헷.

흠. 근데 이글을 마무리하면서 또 동생을 말을 들어보니 요즘은 자습시간에 인터넷강의를 듣는게 일반적이라면서요? 그렇다면 겸사겸사 들고다닐만 하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거품이 없는건 아니지만 말이죠.

사족. 그렇다고 전자사전만 되는게 딱히 싼것같지도 않습니다. ㅡㅡ; ‘가격방어의 신’ 카시오 기종은 신기하게도 동영상되는 전자사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듯… 나중에 한번 얘기하겠지만 카시오 제품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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