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워즈 보고 왔어요

기대하던 썸머워즈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근미래(2010년)의 가상현실 네트워크 OZ가 경제, 정치, 생활 등 삶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네트워크에서 어떤 폭주가 일어나서 현실세계까지 혼돈을 일으켜 세상의 재앙을 목전에 두게 되는데 그것을 주인공과 주인공의 선배, 그리고 선배의 대가족이 일심동체가 되어 막는다는 얼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이 작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호평을 받았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2년만의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한데, 그 뿐 아니라 사다모토 요시유키도 다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전작의 호평으로 인해서 이번 작품에는 방송국(NTV)을 포함하여 꽤 많은 푸시를 받은것이 사실이고(실제로 NTV에서는 개봉당일 특집 방송을 내보내서 소개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 CG라던가 비주얼 적인 공이 더 들어간것도 사실입니다. 중반부와 후반부의 격투씬이나 가상현실속의 아바타들의 흐름들은 고작 타임리프 장면 정도밖에 CG가 사용되지 않은 ‘시달소’에비해서는 훌륭한편입니다.

문제는 ‘시달소’와 완전히 이야기가 판이한 작품이라 ‘시달소’의 연장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딱 배신을 안겨주기 좋다는 것입니다. 시달소가 타임리프라는 SF라는 큰 틀 속에서 변하는 청춘의 아기자기한 일상의 해프닝과 사랑의 변주를 담담히 보여주는 반면 썸머워즈는 말그대로 가상현실이라는 SF적인 이야기를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세히 말하면, 시달소에서 SF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중요한 골격은 소녀가 불가사의한 능력을 얻으면서 사랑을 하고 해프닝을 겪고 결과적으로 성장한다는 이른바 청춘성장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반면 썸머워즈에서는 SF가 주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가족의 왁자지껄함과 화목함, 소중함이 그려지고는 있지만 이것이 결정적인 무언가가, 다시말해 시달소에서 소녀의 성장이라는 커다란 얼개에 비견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가족은 처음에도 왁자지껄하고 단합하는 가족이고, 끝에도 그렇습니다.

주인공과 히로인의 경우는 또 어떨까요. 역시 그 둘에게도 일련의 사건은 마치 여름의 백일몽같습니다. 이야기의 끝에 둘은 처음에 비해 거리가 가까워지지만 나츠키와 주인공 겐지가 그다지 친밀해질 기회가 있었던가? 갸우뚱하게 되고 둘의 관계는 극이 끝난 다음에도 아리송 합니다. 이렇다할 부대낌과 갈등이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 작품은 역시 스펙터클함과 오락성에서는 감독의 전작에 비해서 발전을 한것이 사실이지만 솔직히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성과 감동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은 한가지 빼먹은 사실은 시달소와 썸머워즈는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걸 생각한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기:
글을 쓰고 나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제가 생각한바를 훨씬 잘 표현한 글들이 많았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극장에서 두번은 봤는데 썸머워즈도 기회가 되면 한번 더 보고 다시 한번 글을 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가 읽었던 글들을 소개해봅니다.

페니웨이님의 ‘썸머워즈 – 호소다 마모루의 독특한 감성 판타지’
무비조이의 ‘썸머워즈 – 거장이 되기 위한 진통인가?’

후기2:
극중에 시달소의 마코토와 코스케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성우가 다시 한번 나오더군요. 다만 마코토역을 했던 나카 리이사양이 이번작에서 맡은 역과의 괴리는 시달소와 섬머워즈와의 차이만큼이나 큽니다. 갸냘픈 소녀가 3년만에 집채만한 아줌마역을 맡을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