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에 대드는 한국 정부 별로 보기 안좋다

IMF를 전후하여, 우리 언론이나 정부는 할 말이 없다. 기아차가 망하고 한보가 무너지고 나서도 괜찮다고 하다가 엉겁결에 깡드쉬 총재와 재경부장관이 IMF 구제 금융 신청한다고 발표했던 것을 뭔일인고?하고 있었던것이 아직도 선하다. 그게 비록 내가 10대 초반의 어린 시절의 일이지만 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IMF라는 것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코노미스트라는 잡지가 있다. 1843년에 창간된 이 잡지의 사시가 한때 블로고스피어에서 유명해졌던적이 있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성과 우리의 진보를 가로막는 무가치하고 소극적인 무지함과의 경쟁에서 일익을 하기 위하여 (to take part in “a severe contest between intelligence, which presses foward and an unworthy, timid ignorance obstructing our progress”)”

특히 이 잡지의 통계정보 부분(Economists Intelligence Unit)은 유용한 국제 자료를 내놓기로 유명하다. 이 잡지의 특징은 ‘편집진이 잡지의 모든 책임을 진다’ 주의 인데, 다시 말해 기사에 기자가 표기되지 않고 마치 우리네 신문 사설처럼 회사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신문이 오래 살아남는걸 보면 오래된것이 그 언론의 신뢰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스템으로 150년 가까이를 버틴것은 그만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주전이었던가. 한국 경제가 폴란드 수준의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자 정부는 물론이고 조선일보 등의 우파 신문, 그 신문사 사이트를 비롯해 다른 곳에 기생하는 한심한 수준의 네티즌들은 영국 언론이 또 한국을 때린다는 둥, 일본이나 영국이나 섬나라 근성이 어딜 가냐는 둥, 거기에 “일부”자료를 제공한 HSBC를 두고 ‘중국은행아니냐’며 ‘중국이 한국을 흔든다’는 둥 어딜 가도 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반응을 보여주길래 놀랐었다.

그 기사 내용을 보면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도미노 현상’ 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과거 위기(여기에 90년대 아시아 외환 위기도 포함된다) 때 신흥 시장이 붕괴되었을때 패턴을 기초로 하여, 위험 가능성을 추린것이었다.

기사의 초반에서 ‘외환 부족은 많은 동유럽 국가의 경제 붕괴를 가져왔다’면서 이로 인해 ‘환율이나 채권, 주식값이 요동치게 만들었고 외채에 대해 채무불능(defaults)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흥국가의 위기가 다른 국가로 전이되는 몹쓸 성격으로 볼때’ 어떤 국가가 취약한지 알아보자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가가 얼마나 빚을 갚을 수 있는지, 다시 말해 GDP대 외채 비율에 주목해왔지만, 현 위기하에서는 기관과 은행의 외채가 더 커다란 문제이며, 이는 그들이 돈을 꿔오는 나라의 경제가 바싹 말라감에 따라서 새로 돈 꾸거나 아니면 만기된 대출을 연장하기 퍽퍽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 틀린말 하나 없다.

상당수 HSBC에서 제공한 수치를 기반으로 이코노미스트가 정리한 차트[footnote]위에 말했듯, 멍청한 몇몇 인간들이 HSBC를 씹어대는 통에 HSBC서울지점이 설화를 입었다.[/footnote]를 보면, 전세계적인 신용 경색하에서 3가지 지표로 위험성을 평가한다’는데, 그 지표 중 첫번째인 대외수지로 많은 적자는 외국에서 대출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미 폴란드나 파키스탄등은 1997년 타일랜드 수준으로 직간접 투자가 빠져나가 적자가 발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돈을 더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결국 돈을 갚거나 연장하지 못한다면 믿을것은 외환 보유고 깎아먹기 밖에 없는데, 얼마나 그 국가가 외화 사정이 ‘궁한지(급한지)’ 알아보는 유용한 방법중 하나가 ’12개월 안에 갚아야 할 외채와 외화보유고의 비율’이라는 것이다. 즉, 이코노미스트의 가정은 전세계의 돈줄이 마르고 있고 덕분에 이미 몇몇 동유럽 신흥국가들이 나자빠지는 와중에서 제 코가 석자인 선진국의 금융기관들이 신흥 국가를 믿고 더 돈을 꿔줄 가능성이 낮고, 그런 상황을 놓고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비율이 100%을 넘을 경우(즉, 12개월 안에 갚을 돈이 외화보유고를 상회하는 경우),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그 근거를 1997년 초의 타이가 당시 이 비율이 130%를 상회하였던것을 들고 있다. 이 비율이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가 250%이고, 그 다음으로 한국이 있는데(102%) 차트를 보면(아직도 기사를 안봤다면 차트만이라도 볼것) 우리나라의 외채 대 외환보유고 비율은 가히 톱이다. 한국언론에서 ‘폴란드 수준’ 운운했는데. 사실 이 수치를 두고 보면 폴란드(38%)는 ‘쨉도 안된다’. 그래서 앞서 내린 가정하에서 ‘HSBC는 잘못하면 올해안에 외환보유고를 아작낼것’이라고하는 것이다. — 틀린말 없다. 위기 상황에서 오바마는 스트레스 테스트랍시고 은행들에게 내년까지 맞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서 써내라고 했지 않은가? 최악의 상황이라는것은 그런것이다. 기사 어딜 보아도 ‘경험상 위기의 신호’라는 말이지 ‘위기’라는 말은 아니다.

좌우지간, 마지막 세번째 지표로 ‘은행의 예대비율(예금 대 외부에서 빌린 돈의 비율; 영문학출신이라 용어를 모르겠다 정정해주시라)을 들고 있다. 이 비율이 오르면 ‘(주로 외국에서)돈을 꾸어다 빌려주는 현 상황이 자칫 위태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도 틀린 말이 아닌데 이 비율로는 러시아(1.51)를 앞장세우고 당당히 헝가리와 함께 공동2등(1.30) 해먹고 계신다. 아무튼 틀린말은 아니다. 억지라면 할말은 없지만 이런 경우가 ‘위기 상황’을 가정한 취약도(위험도) 테스트니까. 그런 테스트라는게 원래 억지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함을 요구하고 쓰는것은 이치에 어긋나는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총체적인 위험도에서 공동 2위를 하셨는데,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예외적으로 한국이 많은 단기외채와 레버리지율이 높은 은행 등으로 인해 취약한것을 빼면 아시아는 안전하므로 ‘2차 아시아발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그래도 마냥 위험할 것이라고 쓰지는 않았다. 일단 ‘1997년 위기 때와는 달리 경상수지의 소폭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고 외화보유고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헌데 문제는 그 망할놈의 강만수 ‘환율’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 달러 환율이 1년새 40% 가량 절하된 까닭에 위험성이 증대했다’고 말한다. 이유인 즉슨, 달러빚갚기 위해서 끌어들여야 할 원화액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하나, 동유럽의 위기 덕분에 1940억달러나 되는 빚의 연장이 곤란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도 외환스왑이 끌어들여올 수 있는 ‘화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무튼 여기에 보면 어딜봐도 한국을 ‘깎아 내린다’할만한 내용은 없다. 만약 정부가 당황스럽고 언론이 열받았다면 그건 말그대로 우리나라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아무튼 요란스런 찌라시들은 거품을 물었고, 여기에 등떠밀린 우리의 기획재정부 대변인이 친히 편집자에게 편지를 쓰고야 말았다.

편지의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니네 잘못 말한거다, 외채는 외환보유고의 75% 수준이고 계속 줄고 있다. 또 은행의 예금 대 대출 비율은 2008년말 기준으로 118%이며 작년 6월부터 줄고 있다, 고로 3번째로 위험하다는 니네 틀렸다 라는 내용이다.

자, 여기에 편집부가 정부의 ‘항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답을 덧붙여 게재하였다. 물론 반박이다. 일단 외채비율은 12개월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외채의 비율로써 IMF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이 수치대로라면 08년말 현재 96%로, 75%라는 수치는 ‘본래’ 1년이내에 도래하는 채무 비율만 포함한것으로, 만기가 도래해오는 장기 채무는 제외한 수치라는 것이다. 또 예금 대 대출 비율은 모든 상업 및 특수은행을 포함하며 CD를 제외한것으로,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한국은행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연말에는 136%을 넘을것임을 밝히고 있다 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니네 숫자는 알아보고 반박하는거냐’ 같다. 반박의 근거가 한국은행 자료잖은가?  

참 자~알 논다. 정부 대변인이 국내에 ‘말안듣는’ 언론에 그러듯이 오해다 사실이 아니다(원문에 보면 잘못된 추측과 정보에 기반하여 쓴 기사(relies upon incorrect information and estimates)라고 썼다)라고 외국에 편지를 써서는 그나마도 역시 국내에서 그러듯이 ‘편리하게’ 포장한 수치를 제시했다가 기초적인 수치에 대해서 훈계나 듣고…
 
에이고… 애시당초 외국 기사 하나하나에 오해다 사실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한가한건가? 아니면 찔끔찔끔 찔려서 그러는것인가? 정말 니들 주장대로 튼튼하다면 이런기사 나온다고 흔들릴 경제겠는가? 게다가 애초에 니들이 잘했으면 이런 소리 듣겠냐? 기획재정부에서는 영어 잘하는 사람 시켜서 편지 써서 항의할 시간 있으면 잘 번역해서 가카한테 좀 보십쇼 그래야 하는거 아냐? 망신이다. 망신이야.  

Endnote
그나저나 한국정부는 아무리 대단한 ‘그’ 이코노미스트라지만 일개 잡지에 금융부처 대변인이 일일히 대응을 하고 있는걸까. 물론 가끔 정부 대변인이 의견을 제시하는걸 보긴 했다만 기사는 틀림없이 한국’만’ 씹은게 아닌데 한국’만’ 발끈하고 있다. 게다가 거기에 편집자주가 달리는건 그닥 흔한일이 아니다. 세가지 가정을 하게 되었다.
가정 1-A. 이코노미스트 같은 영향력있는 매체가 씹으면 한국경제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가정 1-B. 한국경제는 고로 흔들린다.
가정 2. 한국경제는 ‘정말’ 흔들린다.  
가정 3. 한국 재정기획부는 정말 한가한가보다.
ps. 그나마 원-엔, 원달러 환율이 좀 내려서 정말 인왕산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