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08/11/06

루이비통 지갑을 사볼까 하다가 : 가짜 명품, 그리고 진품 감정해달라는 글을 보며

지갑이 망가졌다. 그렇게 험하게 쓰지 않았건만 전에 쓰던 지갑은 몇년을 썼는데 요즘 지갑들은 애들마냥 허약체질인지 지갑을 또 갈게 되었다. ID넣는 포켓의 봉제가 어쩌다 뜯어졌는지 모르겠거니와. 카드를 수도 없이 넣다빼다 보니 카드 슬롯에서 카드가 이탈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튼 지갑을 하나 사긴 사야 할 모양이다.

어제는 아는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다. 입때까지 나는 명품이란 거 안 써봤다고 얘기했다. 전혀 꿀릴게 없었다. 내 비닐 지갑에는 더 고급스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카드들이 있었고, 더 많은 잔고가 있는 현금카드가 있었으며, 더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나를 뺀 상당수는 내가 명품지갑을 들고 있지 않아도 그러려니했다. 그걸 든다고 해서 딱히 뭘 느끼지 않으리라. 내 비닐지갑을 보고 명품아녔냐는 사람도 있었으니, 참. 솔직히 종서가 한번 루이비통 지갑을 한번 보여줬을때. 이런게 명품이구나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뚫어지게 훑어보자 종서가 ‘주랴?’ 하기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기억이 난다(웃음).  어찌 알게됐는지는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다미에 라인 중 하나인것 같았는데. 아무튼 길에서 지나가면서 루이비통 백이야 수도 없이 봤다지만 아무튼 그렇게 가까이 본 건 처음이다보니까, 나중에 내가 생각해보아도 멋쩍을 짓을 해버렸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면 나는 신기한 것 새로운 것을 보면 전방위로 눈이 반짝이면서 쉴새없이 굴러다닌단다. 아마 그 비슷한 표정이었으리라.

다시 그 대화로 돌아가서, 그러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까지 안가져본게 신기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건가 싶어서 루이비통을 검색해서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뭐 이런저런게 있더라 여기에 아까 말했던 다미에도 있고 몇번 본것 같기도 한 익숙한 모노그램도 있고.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필요가 있다. 카드를 여러장 넣을 수 있어야 하고 ID홀더가 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조건으로 골라서 봤는데. 음 정말 카탈로그이기 때문일까. 값이 없더라. 다시 말하면, 결국 가격을 알려면 가게를 가봐야 한다는 것인듯 했다.

물론 루이비통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루이비통 말고도 셀수 없는 쇼핑몰이 있고, 심지어 가격비교까지 되는데 거들떠도 안본 까닭은, 간단하다. 터무니 없이 쌌으니까. 개중에는 대놓고 모조품을 홍보하기도 했고 정품이라고 해서 가보면 터무니 없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가지 알게된 재미있는 점은 지식인에 넘쳐나는 ‘진품감정’이다. 일단 이 행위 자체가 우스운게, 정당한 채널(요컨데 한국에서는 플래그십 스토어나, 백화점 매장을 말한다)에서 제값을 주고 구매했다면 더 볼것도 없을 것이며, 보통 명품을 백화점에서 사면 백화점 영수증과 브랜드 자체 계산서(내지는 보증서)를 발행하므로 보관하면 누구한테 주던, 혹은 팔던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물어보니 그런게 없더라도 직원들은 구분하는데 이골이 났단다. 보증서 없이도 ‘우리’ 제품은 가져오기만해도 수선이 된단다. 정당한 가격으로 샀다고 확신하면 카달로그보고 가서 한번 같은 제품을 찾아서 가격만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너무싸면 당신은 속은것이다.   만약 선물이라 가격을 모를 경우, 물어본 가격이 당신이 받기에 생각보다 높다면, 저쪽이 부자던가(해서 그것을 보여줄 요량이거나), 이쪽에 뭘 원하는게 있거나(뇌물), 아니면 당신을 유달리 아주 총애(사랑)하거나. 셋 중 하나의 변수만 제외하면 당신이 보기에 비싸다면, 그건 저쪽도 비싼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것이다. 당신이 그런 대우를 받을 무슨 이유가 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쯤에서 생각은 접고 일단 받을때 사양하는게 예의지 일단 받아챙겼으면 그냥 중요한 분이 주신거면 진짜던 가짜던 감사하게 생각할 노릇이다.

  옛날에 딱 한번 명품(Tiffany & Co 목걸이)을 사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했을때 안건데(아마 나는 저 세가지에서 마지막 두가지에 해당했을것이다,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었고, 그녀에게 헤어나올수 없었던 때였다), 우리나라에서 수백만원짜리 명품사는게 아니라 비싸야 몇십만원짜리라면 우리나라에서 가격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더라. 그때 샀던게 미국 웹사이트에서 170$(세전)하는게 21만원하는정도(지금은 몇년 지났으니 어찌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몇십만원 짜리가 홍콩에서 사가지고 온다고 10만원도 안되게 싸면, 한국이나 일본의 루이비통은 어떻게 장사하겠나?

아무튼 루이비통 홈페이지 아래쪽을 보니 일본에서는 통신판매를 하길래 들어가보니 카달로그에 가격이 다 나와 있더라. 모델 몇개를 찝어 엄마와 외출도 할겸 가서 물어보았다. 환율이 많이 오르긴 오른 모양이다. 일본 홈페이지에서 37000엔 하는 지갑이 한국에선 41만원인데, 현재 환율로 사면 일본에가서 사면 50만원이 넘는다. 어디처럼 자국화폐가 유아독존처럼 절상되서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외국이라고 값이 특별히 싸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로환율도 올랐으니 이지경이겠지만.

배가 고파서 식당가로 올라가서 밥먹고 엄마가 색이 예쁘다고 들었다 놨다하는 디올 립스틱 하나 사드리고는 돌아와서 보니깐 같은 지갑을 인터넷에서는 8만원에 판다 ㅡㅡ; 근데 그 8만원이 만만한지 반지갑류는 정품은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게 값이 똑같다.   옛날 용팔이한테 최저가에 조금 밥값이라도 조금 더 붙여서 부르니 “그 가격에 파는데 있으면 돈 드릴게 10개좀 구해달라”던 소릴 들었는데 그렇게 파는 물건이 진짜면 정말 백화점의 직원이 나도 몇개 구해달라 그러지 않을까? 어느 하나 가짜라고 주장하는 곳이 없다. 그래도 몇몇 사이트는 st.를 붙인다 스타일이다 이거지;

차라리 가짜값을 줄테니 이미테이션을 찾는다고 질문하는 사람들(이것도 사실 보면 범죄다)이나 받은 물건이 진짜인지 호기심에 물어보기 어려워서 그런 경우는 이해할수 있다치자, 본인이 사놓고 이게 진짜냐고 물어보는건 무슨 심보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마치 게임값이 비싸서 복사 쓴다는 DS 복돌이같은 느낌이다. 가죽지갑주제에 비싸다고 생각하면 사지 않으면 그만인데. 자신들도 의심스러운 방법으로 의심스럽게 싼 가격에 사서는 헹여 진짜와 비슷하거나하면 ‘자신은 이 비싼 지갑을 살 수 있다’라는 것을 느끼기 위함인걸까?

… 그나저나 싼 지갑 하나 빨랑 알아봐야겠다. 정작 루이비통에 대해서 잔뜩 써놨지만 내가 그 비싼 소가죽 지갑을 보고 느낀 사실은. 40만원짜리 지갑이 20만원만 넣어도 접힐까 걱정인 뭐 그런 것이다. 에헤라디야 ㅡㅡ;

마치면서
사실 이글을 쓰면서 느낀건, 루이비통을 비롯한 한국에서 장사하는 명품 장사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 시장이 작아서 인터넷 판매 안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한번 시작해야 구매자들이 가격을 쉽게 알 수 있고, 터무니 없는 가격에 가짜를 사는 것도 없을 것이다. 가령, 매장에서 50만원가까이 하는 녀석이 8만원에 팔리는것이야 조금만 생각하면 막을 수 있지만, 30만원 40만원이 되면 그럴듯해보인다. 혹자는 말한다 “백화점에서 다른 물건 사면 비싸듯이, 명품도 백화점에서 사는것보다 인터넷에서 사는게 싸다” 라고 뭐 좀 이해가 안가는 말이지만, 막말로 막연히 비쌀것이다라는 소문만 믿고 명품 싸게 판다는 꾀임에 가짜 사는 것보다는 돈을 모아서 사도록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유도하는게 낫지 않을까?

09/10/20 추가 : 루이비통은 최근 들어서 웹 카다로그에 판매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한지 거의 일년이 지났는데, 공개가 이뤄져서 잘됐다고 생각한다.  

어릴적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소망을 담아 했던 약속을 찾으러

“나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 내가 존재했고, 이렇게 와타나베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까지나 기억해줄래?” “물론 언제까지나 기억할거야.”라고 나는 대답했다. (중략)
“정말 언제까지나 날 잊지 않을거지?”하고 그녀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영원히 잊지 않을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내가 어떻게 널 잊을 수 있겠어.”

그러나 기억이란 확실히 멀어져 가게 마련이고,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벌써 잊어버렸다. (중략) 지금은 알 수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ㅡ하고 나는 생각한다ㅡ글이라는 불완전한 용기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추억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오코에 관한 기억이 내 안에서 희미해져 갈수록, 나는 더욱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녀가 나에게 “나를 잊지 말아줘”하고 부탁했는지, 그 이유도 지금의 나는 잘 알 수 있다. 물론 나오코는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내 안에서 그녀에 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갈 것 이라는 걸. 그래서 그녀는 내게 호소 했던 것이다. “날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줘.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줘.”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퍼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ㅡ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임홍빈 역) 중 발췌

이 구절은 내가 몇번이고 즐겨 읽던 구절이다. 나를 언제까지나 기억해주었으면 해. 라는 그녀의 부탁과, 이를 선뜻 받아들였지만, 막상 나이가 지나보니 그것이 쉬운게 아니었음을, 그랬기때문에 그녀는 신신당부했던것이고, 더욱이 그것이 결국은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었음을 알고야 말았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담히 서술되고 있다.

내 열여덟살때 이야기를 해보자. 그녀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잊을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까? 학교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으며,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고 말것이라는 걱정이 나를 휩싸였다. 마치 나오코의 우물처럼, 어두운 곳에서 목숨이 끊어질때까지 혼자 있어야 하는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릴줄은 전혀 몰랐지마는. 언젠가는 찾아가서 나라고 밝히면 적어도 무언가 그녀가 기억하게 해줄 것이 있어야 했다.

목걸이와 귀걸이를 사서 떠밀어놓고는 무책임했지만. 원치 않는다면 나중에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비록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는 점점 희미해져가겠지만, 언젠가 그 목걸이를 찾으러 가는 날 나는 그때 했던 약속을 지키러 간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준비를 할것이다. 댓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을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 나는 10여년즘 듀나가 쓴 글의 제목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공짜 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