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사법처리, 이것이 삼성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법처리를 두고 말이 많다. 단순히 그의 혐의와 그에 따른 특검의 처분이 옳으나 그르나를 떠나서,  나는 삼성그룹을 이건희와 그의 가신들로 등치시키려는 노력을 상당히 우려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커다란 기업에는 대개 유명한 경영자들의 지도로 이뤄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삼성 그룹은 마치 한국의 마츠시다 고노스케라고 불리우는 이병철 전 회장의 업적으로 상당수 일궈왔고, 그 성과를 이어받은 아들 이건희 현 회장의 이른바 ‘신 경영’에 의해서 빛나게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단순히 총수의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고 되었다고 해서 이건희 회장 자체를 깎아 내릴 의도 또한 없다. 틀림없이 그가 경영권을 승계해서 1993년 신 경영을 선포하고 반도체와 LCD에 집중하도록 한 것은 그의 치적이다. 허나 그는 무리수를 두어 자신의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다 삼성에 일련의 법적인 신뢰에 ‘상처’를 입혔으며, 또한 자신의 염원이라는 이유로 자동차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해서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사업에 있어서 삼성과 소니를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소니는 좋건 싫건 일본 전자업계를 상징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우리나라 사람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소니가 어떤회사냐, 하면 일본회사를 떠올리고, Made in Japan을 그린다. 축구를 하더라도 일본에 지면 장군의 목이 쳐지듯 감독이 갈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극일의 기치로 일본업체 특히 소니를 제치는가, 아닌가가 엄청나게 중요한 척도가 된다. 삼성은 일찍이 도시바 등의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제쳤(다고 알려졌)고, 최근에는 샤프나 마츠시다를 비롯한 일본 디스플레이 회사를 제쳤다(고 알려졌)고, 또 소니는 삼성에서 패널을 사들이기에 이른다 이를 많은 사람들은 ‘굴욕’이라고 여겼고, 한국의 세일즈맨들은 소니 제품이 삼성 패널을 쓴다는 이유로 깎아내렸고, 소니는 자국이나 타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만큼은 ‘삼성 LCD를 쓴다’는 사실을 애써 드러내지 않았다(일본에서는 틀림없이 S-LCD 제조라는 사항을 명기한다). 언론은 그것을 마치 미주리호에서 이뤄진 일본의 패전서명 쯤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소니는 쇠하고 삼성은 성장한다. 한국 언론의 분위기는 거의 이런 분위기를 대전제로 깔고 시작한다. 소니의 역량이 드러나는 기사를 접할라치면 소니의 ‘부활’이고, 소니가 실책을 범하면 ‘계속되는 추락’이다. 솔직히 나는 그네들이 가라앉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니는 작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바 있다. 매출과 이익 모두 긍정적이다. 출혈을 했던 PS3는 만회하고 있고, 텔레비전을 비롯한 일렉트로닉스도 워크맨과, 트리니트론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할지는 몰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전세계 어딜가더라도 소니의 LCD 텔레비전은 최고의 평가와 함께, 최고의 가격으로 팔린다. 삼성의 제품은 볼륨으로는 1위일지 모르지만 그 질로는 아직 2등이다. 한국, 미국, 일본, 영국 어딜 뒤져보아도, 삼성 제품은 값을 하는 제품이지 프리미엄 제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삼성은 2등일수밖에 없다. 삼성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이나 삼성에 재직중인 분들께 실례를 범하면서까지 이런 단정적인 표현을 쓰는 까닭은 몇가지 이유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삼성은 프로페셔널 기술을 일체 개발하지 않고 있다. 소니는 제작일선에서 엔드 유저까지 모든 기술과 제품을 공급한다. 방송 제작은 소니 장비를 이용해 촬영 되고, 소니 모니터로 검토되고 소니 기술로 녹화 되며, 소니 장비로 편집되지 않던가? 소니는 방송의 제작규격부터 시작해서 그것을 어떻게 할지까지 전부 관여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기술은 전문가용 기술에서 발원해서 엔드유저로 내려가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솔직히 가전에서 이뤄지는 혁신이래봐야, 과거에는 전문가용으로 국한되던 기술을 코스트 다운시켜 컨슈머 제품에 도입하거나, 컨슈머 기술을 전문가 수준에 이끌도록 하는 것, 부가적으로 양념같은 기술을 추가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보니 전문가 기술은 결국 미래의 가전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삼성이 기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자세히 보지 않은 탓에 모르나 적어도 삼성이 제안한 표준 규격이나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HDTV와 캠코더, BD를 보면서 삼성이 제안한 규격이나 기술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광 저장 매체만 하더라도 삼성은 ‘꼽사리’를 끼고 곁눈질이나 하다가 손해보는 입장이지만 소니는 자신의 규격을 창안한다. 소니가 1950년대에 트랜지스터로 라디오를 만들고, 1980년대에 CCD를 비롯해 끝없는 개발의 성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은 이것을 ‘삽질’로 평가하지만, 내가보기에는 High Risk High Return의 전형이다. 예를 들어 삽질끝에 배워온 크로마트론 기술을 손봐서 만든 트리니트론은 엄청난 성공을 일궜다. 컴팩트 카셋트 테이프가 그러했고, CD 들이 그러했고, 베타가 그러했다(베타가 실패했다는 사람은 지금도 상당수의 SD급 휴대 촬영 장비가 베타캠이란걸 모르거나, 혹은 VHS가 결국 소니와 빅터, 마츠시타가 맺은 마그네틱 테이프에 대한 상호 특허 계약에 의한 산물이란걸 모르거나 둘중 하나일 것이다 소니는 충분히 많은 보상을 받았고, 얄궂게도 상호 특허로 인해 VHS 개발자에 준하는 대우로 VHS 데크를 만들어 팔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러한 현상의 한계는 여러가지 경영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한계라고 보여진다. 솔직히 말해서 앞서서 이건희 회장의 치적이라고 했던 거의 모든 것들이 실제로 보면 ‘일본 베끼기’였고 초일류 경영은 결국은 ‘2류 경영’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이전에는 삼성은 2류의 축에도 들지 못했지만… 아무튼 삼성에서의 이건희 체제의 성장은 이제 정점에 다른것이라고 나는 본다. 그 극단적인 예를 나는 컨텐츠 사업에서 모리타 아키오 및 오가 노리오의 판단과, 삼성의 이건희의 판단이 나타낸다고 본다.

컨텐츠만큼 High Risk High Return인 사업이 없다. 그만큼 일구기 어렵지만 한번 일구면 엄청난 성장을 일궈낸다. 컨텐츠 만큼 원천 기술을 따지는 것이 없다. 제품은 그저 베껴내면 되지만, 컨텐츠는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없이는 일굴수 없기 떄문이다. 일류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그러므로 무서운 창의력을 가진 회사이다. 거기에 만약에 일류 수준의 제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회사가 된다. 유감스럽게도 그 회사가 소니라고 나는 얘기한다.

소니는 일본이 고도성장기이던 70년대 80년대에 레코드 산업에 진출하고, 급기야는 CBS 레코드를 사버렸다. 결과 CD라는 매체를 필립스와 밀어부치는데 성공했고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을 낳았다. 소니는 마그네틱 테이프에 대한 크로스 라이센스를 맺은 빅터에 VHS에 의해서 패퇴하자 분한 나머지 일본의 버블이 최절정일때 콜롬비아 트라이스타를 샀다. 그리고 그 매수가 마무리 될 떄 즈음해서 버블은 무너졌고 소니도 시련을 겪었지만, 그때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소니는 MGM도 사버렸다. 그 모든 자산은 2008년 BD 대 HD-DVD에서 승리하는 커다란 원천이 되었고 소니는 20년만에 비디오 매체에서 승리를 일궈냈다. 소니는 이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세계 4대 메이저 레이블 중 하나인 소니 뮤직을 소유하고 있으며, 인터랙티브 미디어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견고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소니가 방송부터, 컨슈머까지 기술을 좌지우지하는데 있어 커다란 자산이다.

일류회사가 되려면 이젠 컨텐츠와 원천기술이 필요불가결하다. 그런데 삼성은 어떻게 했는가? 우리나라 경제가 호황일때 영상과 음반 사업을 시작한건 좋다. 그렇지만 둘다 IMF가 밀어닥치자 접어버렸다. 우습게도 한국 영화의 중흥의 시금석이라고 불리우는 500만 관객의 쉬리는 삼성 영상사업단의 끝장이었다. 하다못해 한두해만 가만히 있었어도 단물을 얻었을텐데. 그냥 접어버렸다. 그게 삼성의 컨텐츠에 대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난 생각한다. 그때 즈음해서 삼성은 자동차를 만들었고, 머잖아 말아먹었다. 일찍이 주원래(저우언라이)가 망하게 했던 새나라 자동차처럼(그는 중국과 거래하는 상사는 타이완과 한국과 단절할 것을 요구했고, 새나라의 제휴선인 닛산은 중국을 보고 한국과 제휴를 끊었다), 원천기술 없이 녹다운 하는 회사는 큰 미래가 없다. 솔직히 현재의 르노삼성자동차도 그저 생산 기지에 지나지 않은가? 삼성과 이 회장은 컨텐츠를 만들어 성숙시키는 것보다는 빨리 베껴서 내수시장을 위해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길을 택했다. 난 솔직히 자동차를 말아먹었을때가 이회장이 물러나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글로벌한 회사인가? 그렇지 않다. 얼마나 글로벌해야 글로벌한 회사인가? 라는 의문은 있겠지만, 나는 글로벌 한 회사는 자국이 아닌 국가에서도 사업을 영위하고 제품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회사라고 본다. 소니는 일본 국적회사의 회사이지마는 글로벌한 회사이다. 전세계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전세계의 소니 뮤직 자회사에서 음반을 내고, 일본과는 일절 교류가 없는 사람들이 소니 자회사에서 TV나 영화를 만들어 낸다. 일렉트로닉스에서만큼은 모르지만 이미 컨텐츠에 있어서만큼은 국적을 초월한 초국적회사이다. 물론 소니는 충분히 세계적이고 일류 기업에 범주에 들지만, 아직은 도상중인 회사이다. 프록터 앤 갬블이나 네슬레, 제약 기업들을 보면 아직 소니의 글로벌화는 성숙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니는 이미 수십년 전 부터 세계를 목표로 해왔다. 모리타 아키오 전 회장은 사장시절부터 일본과 뉴욕 양쪽을 오가며 ‘살았고’, 오가 노리오 회장은 독일 유학파였고,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도 유럽에서 수학했다.

오늘날 상당수의 소니의 유산(legacy)은 모리타 아키오와 이부카 마사루의 공적위에 오가 노리오에 의해서 완성 되었는데, 그는 소니 사장 이전에 소니CBS뮤직(현 소니 BMG 뮤직)의 사장이었다. 그는 그 경험에 입각해서 CD 비즈니스를 완성하고, 콜럼비아 영화사를 샀고, 소니 최대의 히트작이자 유사이래 최초로 1억대를 넘겼다고 평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비즈니스를 시작시켰다. 소니는 일렉트로닉스에 있어서는 일본 본부를 위주로 구성했지만, 컨텐츠 부분에서는 일본과 국제 부분을 분리했다. 이를테면 소니 뮤직은 소니뮤직저팬과, 소니뮤직인터네셔널이 있었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저팬과 인터네셔널이 분리되어 있었다. 이는 어떤 면에서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다. 컨텐츠는 초국가적이지만, 한편으로 국가 종속적인 비즈니스다. 이를테면 누가 뭐래도 컨텐츠 비즈니스의 중심은 미국이다. 만약 소니가 CBS 뮤직이나, 컬럼비아의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오늘날에 이르는 결과를 낼 수 있었겠는가 란 질문에 솔직히 나는 회의적이다.

이젠 CEO 마저 외국인이 되어버린 소니의 글로벌화와 세계적인 인적 교류에 대해서 굳이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CD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CD가 만들어질때 카라얀이 CD 녹음 시간에 관여했다는 소리는 유명한 일화이다. 그에 비하면 모리타 회장과 카라얀이 서로 자기 수영장에서 발가벗고 수영을 즐기고, 오가 사장과는 비행기를 같이 몰면서 친교를 나누던 사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확실한 일화는 아니지만 소니에서도 카라얀의 입김설은 공공연하고, 용량을 위시해서 소니가 필립스와 입씨름하던 CD의 세부 규격의 헤게모니가 소니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준다.
 
삼성은 그룹 전체로 보면 내수 위주의 기업이고, 그나마 가장 글로벌화 되어 있다는 전자부문도 절대적인 수준에서보면 걸음마 단계이다. 길게 둘러서 얘기했는데. 삼성에는 이제 ‘모리타 아키오’와 ‘오가 노리오’가 필요하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원천기술과 컨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인재가 삼성의 위에 앉아야 한다. 이 회장의 능력은 영상사업단의 ‘삽질’로 이재용 상무의 실력은 e삼성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베끼고 대량으로 찍어내서 1등 하는건 중국도 곧 있음 한다. 이젠 일본을 이겨야 한다. 판매량으로 제쳤느니 어쨌느니 하는 마스터베이션은 진짜 마스터베이션이 그러하듯 적당히 하는게 이롭다. 왜냐면 짧은 오르가즘 후에 사정한 뒤에 허무함을 밀려오듯이, 지금 당장은 쾌락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중국이 양과 질로 한국을 치고 들어오면 마스터베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상실감을 느낄것이다.

적어도 확실한건. 이건희 회장은 마츠시타 고노스케지, 절대 모리타 아키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이었지, 이재용 상무는 마츠시타 발끝에도 못미친다. 소니는 수십년간 후계자를 찾아 이어왔다. GE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 하 소니는 글로벌화를 향한 성숙(maturing)을 이루고 있다. 마츠시타전기는 올 시월이면 마츠시타를 떼어버리고 파나소닉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꿔버린다. 이미 두 회사 모두 창립자에 의한 영향력은 적은 편이지만, 마츠시타의 상호 변경은 마츠시타 고노스케의 가장 커다란 유산인 이름마저 떼어버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츠시타의 경우는 모르지만 소니의 경우는 적지않은 지분을 창업자 일가와 그 일가의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삼성 창업자 가문에 비하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있어서 감놔라 배추놔라 하지 않는다.

소유하나 지배하지 않는다. 라는 원칙을 세계적인 추세를 삼성은 따라야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