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을 발급받다.

뭐 수도 없이 나가는 요즈음에 여권 받은게 무슨 대수라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현재까지는 해외에 나가보지 못했고. 여권은 발급받아봤지만 고등학생때 학생증을 인정할 수 없고, 자체 신분 증명서에 사진을 철인해서 학교장의 도장을 받아 가져오라는 황당한 ETS의 요구를 더 들어주기 힘들어 2003년 5월 TOEFL을 치기위해 신청하게 되었다. 그나마도 병역법 때문에 1년, 그것도 그해 말일까지가 기한인 단수 여권만 받고 말았고, 그 이후로는 주민등록증이 나왔기 때문에 편리성과 휴대성이 뛰어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면서 불과 7개월이었던 유효기간이 지나가면서 효력을 잃었다.

어찌저찌해서 그동안 여권의 시스템이 변경되었다. 내가 여권을 발급 받았던 2003년 당시에는 표지 다음장(2페이지)에 외교통상부 장관의 메시지가 들어있고, 그 뒷면에 사진을 부착하고 인적사항을 도트프린터로 인쇄하는 방식이었다. 94년에 발행된 부모님 여권을 보았을때는 그 사진이 표지에 붙어있고, 그 위에 외교부 장관의 서명이 있었는데, 아마도 표지를 칼로 잘라내어 사진을 바꿔내는 수법이 문제되자 그 인적사항부를 떨어뜨려 그 수법을 못하게 한것 같은데 아무튼 그게 완전히 통하지 않게 된것같다. 그래서 나온게 현 여권, 다시 말해서 사진전사식 여권이다. 다시 사진은 표지 뒷면으로 돌아왔는데 대신 인쇄가 되어버려 위조는 조금 까다롭게 되었다.

재미있는것은 여권과에서 흰색 배경의 사진만을 받는 다는 점이고-조금만 잡색이 들어가도 빠꾸가 들어온다고 한다-그리고 흰색의 옷을 절대로 피하라고 하면서 몇가지 까다로운 제약사항들이 있더라 얼굴 비율, 귀가 보이게 하는 것 등등… 아무튼 커다란 사진관에서 찍어서 그런 문제는 없이 깨끗하게 처리되었다. 사진 자체는 일반 사진관의 스크린을 뒤에 놓고 찍은 다음, 포토샵으로 펜 툴로 패스 떠낸 뒤 배경을 흰색 버켓툴로 부어버리는 간단무식(?)한 방법으로 완료되었는데.. 덕분에 머릿모양이 어색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은 여지껏 찍은 증명 사진 중에서 두번째로 마음에 두는 수준이고, 같이 찍었던 증명사진은 좀 덜 하므로 기쁘게 자주 쓸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첫번째로 맘에 들었던 사진을 찍었을때도 여기서 찍었는데 예전에는 네가도 줘서 내가 네가를 스캔해 뽑기도 하고 사진관에 맡겨서 몇탕해먹기도 하고 그랬었다… 주인이 바뀌었나?).

아무튼 흰색옷을 입으면 안되는 이유는 여권을 받아보고 나니 확실히 알겠다. 확실히 흰색 배경은 없애버리고 정확하게 인적사항면과 ‘합성’해 전사했다 마치 그걸 배경에 놓고 촬영한 듯이. 깨끗한 하얀색을 원한것은 즉 다시 말해서 깨끗하게 합성하기 위한 배경이 필요한 것이었다. 인쇄는 도트 인쇄에서 레이저 인쇄로 바뀌어 윤곽선이 또렷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찌됐던… 받은 느낌을 말하자면…

1. 예전에 사용하던 여권에는 대한민국 여권 (대한민국 문장) Republic of Korea Passport 순으로 적혀 있었으나, 이번 여권은, 대한민국 Republic of Korea (대한민국 문장) 여권 Passport 라고 적혀있다. 신형이 낫다고 생각한다.
2. 여권 표지 색에 대해서 한마디 좀 해야겠다. 여권은 그 나라 사람임을 증명하는 증명서임과 동시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양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을까? 녹색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눈에 편하다? 아마 일본이 붉은색을, 미국이 청색을 선점해버려서 그런것이 아닐까 짐작해볼 따름이다. 그나마 그 이전의 여권(90년대 여권)은 검정색이었으니… 쩝.
3. 국장이 품위가 조금 떨어져 보인다. 대한민국과 나머지 글씨체는 전부 세련된 글씨체인데 비하여 국장은 1970년대 그대로여서 조금 초라해보인다. 게다가 여권의 상당부를 차지하는 미국이나 일본, 영국의 국장과는 달리 조그마해 왜소하다. 그러다보니 세밀하게 인쇄가 되어야 할 국장의 ‘대한민국’ 부분이 대충 인쇄되어버려 조잡한 느낌이 든다. 크기만 키우면 좀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4. 인적사항란의 홀로그램의 훈민정음은 나이스 아이디어 ㅎ
5. 사증란 각 페이지의 배경에 들어가있는 숭례문을 볼때마다 씁쓸하다.
6. 전자여권이 곧 나오는구나…. 다른 선진국가에서는 2006년부터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이렇게 굼뜨나 했더니 여권법이 26일날 개정되서 올 하반기부터 발급이란다. 내 수수료… (미국갈려면 필요할 텐데 그냥 5년짜리로 할걸 그랬나?)
7. Wikipedia를 보니까 우리나라 여권이 무사증체결국가 순위로 11위란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싱가폴 다음가는 순위로 115개국과 무사증체결 혹은 방문시사증발급. 우리나라의 위상이 느껴졌다. 이제 미국하고 VWP만 가입하면 되는겨….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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