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벌써부터 대놓고 한나라당 편들기?

오랜만에 신문을 읽었습니다. 저희 집은 90년대 초부터 중앙일보를 구독해왔고, 저도 고등학생때부터 중앙일보 영자 신문과 함께 중앙일보를 읽었습니다. 으음. 하지만 종이 신문을 읽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종이 신문에는 종이 신문 나름대로의 장점과 재미가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만. 아무리 나름대로 노력해도 신문은 꽤 시간을 들여야 일회독이 가능합니다. 대신 확실히 스펙트럼이나 깊이는 종이 신문이 우위입니다. 다만 기사의 옥석을 일일히 가려내야하는것도 순전히 에디터와 독자의 면이라는 점은 걸립니다(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서 에디터의 의도를 순수하게 제3자의 시각을 걸치지 않고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됩니다만…) 우선 경제면 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EOS 450D가 흔들림 보정 기능이 있다는 애교스런 오보는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방대한 IS 렌즈군을 갖추고 있는 캐논이 미치지 않고서야 기기에 IS를 넣을리가 없을 뿐더러, 약은 캐논이 한자릿수나 두자릿수 바디도 아니고 ‘보급기’인 450D에 IS를 최초로 넣어 니콘 처럼 하극상을 낼리도 의문이고…) 기사를 보니 가격이 번들 렌즈 포함 가격인데 여기 들어간 렌즈가 IS 렌즈가 아닌가 추측해볼 따름입니다. 각설하고…?

제가 문제를 삼고자 하는 기사는 오피니언 란에 양영유 사회 부문 차장이 쓴 노트북을 열며 란의 “고향의 민심과 기대”라는 컬럼입니다. 이 글을 보고 저는 머리에 피가 솟는줄 알았습니다. 우리 나라 언론이 대놓고 보수 정당을 밀어주는 건 알았습니다만 이렇게 대놓고 정당 홍보 까지 해주는 건가 싶어서 말입니다.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적습니다(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볼드와 이탤릭 친 부분은 제가 특히 읽기 고까웠던 부분입니다. 왜인지는 읽으시는 분께서 판단해주세요.?
본격적으로 정치 얘기하기 전에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겠습니다. 중앙일보의 중도라고 가장한 친 보수적인 태도를 지적하면서 저 자신이 중도라고 가장하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지요. 저 이명박 후보를 지지 하지 않습니다. 분명 제 눈은 이명박 후보를 고깝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는 정말 증오합니다. 이점 참고로 하시길. 그러니 일찌감치 이 방향이 맘에 안드시는 분은 내키시는 대로 하십시오.?
(전략) 인건비와 비료값도 못 건지는 농촌의 현실, 사교육비로 죽을맛인 자녀교육, 외환위기로 일자리를 잃었던 아픔, 중국산 저가에 밀려 문 닫을 위기에 몰린 공장 등 갖가지 사연이 쏟아졌다. 자연스레 정치 얘기도 오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가 더 나아지고 삶의 고단함이 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다. 경제 대통령’을 뽑았으니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4월 9일 치러지는 총선에 대한 관심도 컸다. “한나라당이 압승해야 새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견제가 필요하다. 집권당이 비대해지면 오만해진다”는 갑론 을박이 이어졌다. 그게 민심이었다. 농촌에 살든 도시에 살든, 많이 배웠든 덜 배웠든, 돈이 많든 적든 생각은 비슷했다. 민심은 벌써 4월 총선으로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신문의 경제면을 보니 이명박 당선인의 당선 첫해 경제 성장률 7% 약속은 둘째치고 나중에 부랴부랴 수정한 6%는 커녕 5%도 어렵다는 내용이 있어서 좀 우스운데, 마치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인건비와 비료값도 못건지고 사교육비로 죽을 맛이며 외환 위기로 일자리를 잃고, 중국산 저가에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린 (어느 정권이고 서민 살기 어렵다는 소리는 아이고 죽겠다는 한탄만큼이나 자주 듣습니다만, 도대체 어느 정도로 발이 넓어야 이런 짜고 친듯 불우한(?) 친지들과 지인들만 만나는 겁니까? 왜 앞바다에는 기름이 흐르고 집값이 치솟아 집도 못산다고 일일히 토 달지 그랬습니까)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메시아적으로 구원할 것 처럼 기술한 처음부터 좀 뭐 그런 감이 있었습니다만(솔직히 제가 만난 친척들은 왜 이명박이는 대통령 되지도 않았는데 저레 설치냐는 말이 많았습니다만 논외로 치죠), 그래 뭐 그러려니 싶습니다. 열심히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적어놓고는 겉으로 공정한척 하기 위해서 애써서 집권당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어놓았잖아요?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인걸요. 게다가 나머지 글을 읽으면 이게 얼마나 요식에 지나지 않는지 아실수 있을겁니다.?

긴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2주일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정치권도 ‘총선 모드’로 전환했다. 이명박 당선인도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낡은 전봇대를 뽑고 새 기틀을 다지려면 의석수가 그만큼 중요해서다.?

여기부터 슬슬 심상치 않습니다. 그래요 대통령이 힘을 받으려면 집권 여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은 중학교 사회 시간에 졸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죠. 아량있게 넘어갑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낡은 전봇대는 왜 굳이 여기서 들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에 이탤릭친 문장과 다음 문장이 어울려 이명박이 잘 먹고 잘 살게끔 개혁하니까 의석이 필요하다는 소리로 들리는건 제 바이어스(bias) 탓입니까??

사실 이명박 당선인의 ‘오늘’을 만든 것은 서울시장 때의 업적이 결정적이었다. 기자는 2002년 5월 당시 고건 서울시장에게 “이명박 후보의 청계천 복원 공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적이 있다. 고 시장은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뚝심 있게 청계천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성공했다.

제 어리석은 제 눈에는 이 당선자가 스스로 영어교육정책이나 대운하를 ‘제 2의 청계천’이라고 하고 있고, 정적이나 적지않은 학자와 국민들이 ‘어리석은 일’로 치부하고 있는 점에서 볼 때, 또, 대운하와 관련해서 최근에 “반대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행하겠다”는 그의 언사로 볼때 그가 과거에도 그랬듯이 정사를 뚝심 있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한 이 대목이 심상찮게, 아니 무섭게 느껴집니다. 뭐 여기까지는 제 편견 때문에 확대 해석 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래봤자 여기까지지만요. 역시 제 생각일 따름입니다만 이제부터는 반론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청계천 복원 성공의 열쇠가 하나 있다. 서울 시의회다. 2002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시의원 102석 가운데 87석을 싹쓸이했다. 이 시장에겐 천군만마였다. 직전까지 94석 중 78석을 차지했던 민주당의 완패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중략) 서울시의회는 예산과 행정절차를 팍팍 밀어주며 이 시장의 버팀목이 됐다.

이 부분은 전체를 강조합니다. 아주 주옥 같아서 어구 하나 빼고 싶지 않군요. 솔직히 청계천 복원이 옳았냐 글렀냐는 문제를 떠나, 막대한 수돗물 비용과 유지비용을 쏟아 붓는 인공 하천인 청계천의 현상을 떠나,?뭐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해봐서 많은 시민이나 관광객이 즐기고 도심에 휴식공간을 만들고 상권을 틔우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쳐도,?그 중요한 요인으로 한나라당이 시의회를 장악한 까닭이라고 지목 하는 것은 사상이나 의도가 불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 앞에 했던 말을 요약하면 이명박 후보는 국민으로부터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고, 낡은 전봇대로 대표되는 규제 숲(이걸 해결하겠다는 노력은 지지 여부를 떠나 좋게 생각합니다. 말할건 말하자구요)을 헤치고 나아가 새 기틀을 다지겠다. 그러한 성공의 요인은 한나라당 과반수의 서울시의회가 청계천 복원 사업을 강력하게 지원했고, 반대당의 완패는 그의 정책 집행에 가속도를 달아주었다…
여기에 덧붙여서 이 기사가 의도하는 결론이 결국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 ‘예산과 행정절차를 팍팍 밀어주며 이 대통령의 버팀목이 되줄’ 터인 즉, 여당인 한나라당을 찍으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말하면 비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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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생각이 미치니 정말 몇몇 언론이 가지가지 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지면을 정당홍보에 할애하고 있는걸 보니 갑자기 구독료 월정 1만 5천원(오르기는 언제 또 이렇게 올랐담,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빼가는 통에 1만 2천원에서 올랐는줄도 몰랐습니다)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삐라를 돈주고 사보라는 거냐. 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저는 꽤 이상주의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언론은 주인을 위해 불철주야로 지새며 침입자가 들어오면 우렁차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일깨워 국민이라는 주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주인을 위해 짖지 않는 감시견은 존재할 필요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흔드는 고깃덩이에 홀려 짖지 않는다면 그 감시견 역시 존재할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그저 고기를 탐하는 미련하고 환멸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으니 마땅히 주인은 개를 갈아야지요. 자신을 훌륭한 감시견이라고 생각한다면 국민이라는 주인만을 섬겨야 합니다. 스스로를 공기라고 칭하는 국내 유수의 종합 일간지인 중앙일보는 다시금 자신의 존재 이유와 그 권력의 기반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고찰해봐야 할 것입니다.?
ps.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 글이 양영유 사회부문 차장의 이름을 건 실명 칼럼이라는 것입니다. 사설이었다면 오롯이 회사를 비난 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컬럼이니 원칙적으론 이 글을 쓴 양 차장을 먼저 질타해야 옳겠지요. 하지만 외부필자가 아닌 자사의 기자가 썼으니만큼 데스크의 시각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솔직히 내심으로는 이 글을 쓴 이는 기자가 아니라 정치꾼 같다고 혀를 찼습니다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요. 다만, 같은날 신문을 보니 많은 전직 언론인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는데, 몇년 뒤에 같은 이름을 비슷한 골자에 기사에서 보면 이 사설을 떠올리며 씁쓸한 뒷맛을 남길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 기자 하면, 부지런히 일본발 기사를 쓰며 가끔씩 분수대에 꽤 괜찮은 글을 쓰는 김현기 도쿄 특파원을 떠올리곤 합니다만(공교롭게도 오늘도 김 특파원은 꽤 괜찮은 글을 분수대에 썼습니다) 당분간은 이 글의 글쓴이의 이름도 새겨 두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물론 글을 쓴 양 차장도 입사했을 때는 나름대로 언론인에 대한 자각과 공정한 보도에 대한 포부를 가졌을 때가 있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합니다만 어쩌다가 이런 글을 쓰게 됐을까 궁금하게 됩니다.?이래저래 거대 신문사의 중간 부서의 장이라는 자리가 있는만큼 그렇게 된거려니 싶습니다만. 연락이 끊긴지도 꽤 되어서,?이 글을 보고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졸문으로 하여금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으로 아끼는 언론인을 지망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 후배가 이 글을 보고 이런 언론인은 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자각을 가진다면 두시간 가까이 노력을 한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